
바르셀로나 대학 연구진이 동물원에서 지내는 기린 네 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 기린들이 기본적인 수량 추적, 그러니까 간단한 덧셈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기린들에게 당근 조각이 담긴 두 개의 용기를 보여주고, 그 양이 다른 것을 인지하는지 관찰했는데, 이것이 기린들의 '수학 능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당근으로 기린의 뇌를 시험하다 연구진이 실험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기린들은 당근 조각이 담긴 용기 두 개를 보고 나서, 연구진이 그 용기들을 덮었을 때 더 많은 당근이 담긴 쪽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덧셈 실험에서는 무려 68%라는 높은 확률로 더 많은 당근이 있는 용기를 골랐는데, 이건 그냥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한다.
이걸 그냥 '운이 좋았다'고 넘기기엔 좀 아쉬운 수치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모든 상황에서 기린들이 '더 많은 당근'을 고른 건 아니었다.
당근 조각을 빼는 실험에서는 오히려 무작위로 용기를 선택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연구진이 용기를 만졌는지 여부 같은 다른 의사결정 방식을 기린들이 사용했을 가능성도 고려했는데, 실제로 두 마리의 기린은 그런 방식으로 용기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머지 두 마리의 기린은 여전히 더 많은 당근이 있는 쪽을 고르는 비율이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하니, 이 두 마리는 정말로 '숫자'를 인지하고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런 결과는 "더 복잡한 정신적 계산을 사용할 잠재력"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기린의 '수학'은 인간과 다를까 연구진은 기린들이 인간처럼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기린들이 자신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수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니까, '이쪽이 더 많네?' 정도의 기본적인 인지는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근을 빼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헷갈려하거나 관심을 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덧셈 상황에서의 높은 정확도는 분명 주목할 만한 결과다.
결국, 동물의 인지 능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 단계 넓혀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만 똑똑한 건 아니지 이번 연구는 동물의 인지 능력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흔히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침팬지나 돌고래 말고도, 장신의 기린 같은 동물들도 생각보다 복잡한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런 결과들은 우리가 동물을 이해하는 방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앞으로 동물원에서 기린을 볼 때, 그냥 '키가 크다'는 사실 말고도 '어쩌면 덧셈을 할 줄 아는 똑똑한 친구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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