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후속 협상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수함 프로그램 건설을 승인하며 필리조선소를 특정했지만, 해당 조선소의 재정난과 더불어 최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핵잠수함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던 점은 프로그램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More than six months have passed since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agreed in principle to pursue a nuclear-powered submarine program, yet follow-up negotiations have never begun.The concept was placed on the table; the starting gun was never fired. The suspicion that this initiative may be quietly dying grows harder to dismiss. Recent developments have deepened those doubts. When President Donald Trump authorized South Korea's nuclear-powered submarine program Oct. 29, he announced on social media that the vessels would be built at Philly Shipyard -- the facility he singled out as "great." Since then, Hanwha Philly Shipyard posted operating losses of 48.1 billion won, or about $33 million, in the first quarter, with deficits widening. One may legitimately ask whether a shipyard hemorrhaging money -- the very yard Trump personally tasked with this historic mission -- can sustain so vast and technically demanding an undertaking. Those doubts were compounded by the Korea-U.S. defense ministers' meeting at the Pentagon on May 11 -- the first encounter between Defense Secretary Pete Hegseth and Defense Minister Ahn Gyu-back since Trump's submarine authorization. Expectations were high, and South Korea's Defense Ministry had anticipated that possibility. Yet, the joint statement afterward contained no reference to nuclear submarines.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협력을 약속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계획 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필리조선소를 거론하며 "훌륭한 곳"이라고 치켜세웠던 바로 그 사업이다. 그런데 말이다. 시간이 6개월이나 흘렀는데, 후속 협상은 감감무소식이다. 마치 쏘아지지도 않은 출발 총성처럼, 시작도 못 하고 묻히는 분위기다.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혹시 이 야심 찬 계획이 조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최근의 여러 정황들이 이런 의구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한국의 핵잠수함 프로그램에 대해 승인을 내렸을 때,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을 보면, 필리조선소는 올해 1분기에만 481억 원, 우리 돈으로 약 330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역사적인 임무'를 맡겼던 그 조선소가 돈을 줄줄 흘리고 있다면, 과연 이렇게 방대하고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더욱이 지난 5월 11일, 미국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인 이후 처음으로 열린 장관급 회담이었기에 많은 기대가 모아졌었다. 하지만 회담 결과 발표문에는 핵잠수함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줄도 없었다. 한국 언론은 이 회담을 두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두 나라"라고 묘사했다. 한국은 "한국 주도의 한반도 방어"를 강조했고,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겉으로는 긴밀한 동맹국들이 마치 경쟁 상대처럼 행동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생각하기 어려운 결론에 다가가고 있다. 핵잠수함 프로그램,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번 국방장관 회담은 그 자체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한미 연합 국방 협의회'가 열리기 바로 전날, 급하게 소집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는 앞으로 쉽지 않은 안보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작년 10월 경주에서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였던 '핵잠수함 건조 협력'이라는 공동 합의 사항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사실 올 초만 해도, 미국은 핵잠수함 프로그램 논의를 위해 한국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더불어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대, 그리고 조선 분야 전반에 걸친 협력까지 논의선상에 올려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단 한 차례의 공식적인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한국의 핵잠수함 태스크포스는 몇 차례 워싱턴을 방문했지만, 이는 실질적인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닌, 사전 접촉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한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선언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 언론에서는 핵잠수함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과 미국의 상장 기업인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 조사를 꼽고 있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인 이전부터 존재했던 문제들이었고, 당시 이를 막지는 못했다. 따라서 협상이 얼어붙은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더 중요한, 하지만 간과되고 있는 설명이 있을 수 있다. 바로 '이란과의 전쟁'을 둘러싼 서울과 워싱턴 간의 긴장 관계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해상자유구축 참여를 포함해 수많은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숙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으며, 이는 잠수함 문제도 포함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워싱턴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미국의 주도 프레임워크인 '해상자유구축'에 한국의 참여를 강력하게 압박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 해운선박인 HMM 나부(Namu)호가 해당 해협 근처에서 피격당해 승무원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이에 대해 가장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서울은 이번 회담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싱턴이 핵잠수함 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작년 10월 승인은 경주에서 한국이 구체적인 경제적 약속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는 정반대의 논리가 작동하는 셈이다. 워싱턴은 민감한 국방 기술에 대한 추가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한국이 공유된 안보 부담에 대해 가시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상자유구축'은 공식적인 군사 동맹도 아니고, 한국이 이란 사태 당시 요구받았던 병력 파견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보 공유, 외교적 압박 조율, 그리고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 등 군사 파트너에 가까운 자세를 요구한다. 서울은 현재 국제법, 동맹 의무, 그리고 안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신중함이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이 유럽 주도의 유사한 안보 노력과는 매우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 예를 들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문제 등이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다국적 노력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1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공동 주최한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해협을 통한 항행의 자유 보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4월 30일에는 영국이 주도하는 장성급 화상회의에 한국군 장교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은 유럽 주도의, 외교적으로 틀이 잡힌 이니셔티브가 미국과의 공식적인 연대보다 정치적 위험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계산이 핵잠수함 프로그램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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