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분기 미국 경제가 연율 기준 2% 성장하며 반등했다.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분야 기록적 투자가 성장의 주된 동력이 됐다.
U.S. economic growth rebounded during the first three months of 2026, expanding at a 2% annual rate as companies pumped record levels of investment into artificial intelligence.
미국 경제가 2026년 첫 3개월 동안 연율 기준 2% 성장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최근 몇 분기 동안 둔화된 성장 흐름을 감안할 때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다. 핵심 동력은 단연 인공지능(AI)에 대한 대규모 투자였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이 분야가 실질적인 경제 성장 엔진이 됐다. 특히 AI 관련 투자는 2025년 3분기 동안 GDP 성장에 0.97%p를 기여했는데, 이는 당시 기술 투자 기여치(0.81%p)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즉,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여전히 강하다. 구체적으로 보면, 데이터센터 확장, 고성능 컴퓨팅 칩 구매,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까지 전방위적인 투자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지출은 건설업, 반도체 산업, 전력 공급 업계로도 파급되며 연쇄적인 경제 활성화를 유도한다. BEA(경제분석국)는 소비지출도 1.6% 늘어났다고 밝혔는데, 이는 국제 유가 급등 속에서도 일반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 온라인 콘텐츠, 스트리밍 등 AI와 연관된 소비 영역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성장세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3월은 이란 전쟁 발발 후 첫 완전한 한 달이었는데, 이 기간 동안 유가가 급등하며 소비자들의 주유 비용이 크게 늘었다. 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주유 가격은 2월 28일 2.98달러에서 4.30달러로 44% 이상 뛰었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직결되며,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RSM 미국 수석 경제학자인 조 브루셀라스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정제유 공급 차질과 추가적인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며, 이는 실물경제와 주식시장 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태라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고,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서비스와 내구재 소비가 줄어들며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미국 GDP의 약 67%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된다면, AI 투자로 얻은 성장세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경제학자 마크 잔디는 “이미 전쟁 이전부터 미국 경제는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지적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12개월 이내 경기침체 가능성은 이미 상당히 높았고, 이란 전쟁은 그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노동 시장이 약화되고 있고, 주택 시장도 침체 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이 문제다. 3월 실업률은 4.3%로 전월 대비 상승했으며, 주택 착공 건수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잔디는 “경제는 이미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였다. 이란 전쟁은 그 충격 중 하나일 뿐이며, 큰 충격 없이도 침체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구매력은 하락했고, 중소기업 고용도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가계 부담을 더 키우며 소비를 위축시킨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주유비 증가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소비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물가 안정을 위한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0.3% 상승했다. 이는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전체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며 “그 이상의 파급 효과와 지속 기간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는 금리를 당분간 동결(3.5~3.75%)하기로 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면 통화정책 운영의 융통성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보일 경우, 연준은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결국, 미국 경제는 AI 투자라는 ‘빛’과 중동 불안이라는 ‘그림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2% 성장이 긍정적이지만, 전쟁의 향방과 유가 변동, 고용 시장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낙관하기엔 이르다. 향후 몇 주 안에 이란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경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지고 실업률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AI는 미래를 여는 열쇠일 수 있지만, 현재를 위협하는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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