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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운에 유가 폭등… 하지만 왜 갑자기 급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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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chsnap 2026. 5. 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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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요약

국제 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전쟁 격화 우려 속에 4년 만에 최고치를 돌파한 직후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26달러를 넘어서며 2022년 3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으나, 같은 날 114달러 선으로 밀려났다. 전쟁 장기화로 중동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Oil retreats after hitting four-year high on concern of US-Iran war escalation

NEW YORK, April 30 (Reuters) - Global oil prices eased after hitting a four-year high of more than $126 a barrel earlier on Thursday, amid concerns the U.S.-Iran war could lead to a protracted Middle East supply disruption that could hurt global economic growth.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가, 4년 만에 최고점 돌파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은 전면전 수준의 충돌 국면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극심한 불안에 휩싸였고, 특히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실질적으로 폐쇄되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4월 30일 장중 126.41달러까지 치솟아 2022년 3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기준유인 WTI도 110.93달러까지 올라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는 단기간 내에 발생한 유례없는 상승폭으로, 브렌트유는 불과 두 달 만에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WTI 역시 90% 가까이 상승하며 시장 참가자들을 긴장시켰다.

이처럼 유가가 급등한 핵심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의 마비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전쟁 발발 이전에는 하루 평균 125~140척의 선박이 이곳을 통과했지만, 최근 24시간 동안 단 7척만이 통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클퍼(Kpler)의 선박 추적 데이터와 신텍스(SynMax)의 위성 분석에 따르면, 통과한 선박 대부분은 원자재 운반용 벌크선과 타르 운반 탱커 등 소규모 선박들이었다. 이란은 해협 봉쇄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지만, 미사일 공격과 해상 드론 공격이 잇따르면서 대부분의 민간 선사는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공급 차질”로 규정했다.

급등 후 갑작스러운 유가 하락, 그 배경은?

이처럼 전쟁 리스크로 인해 유가가 급등했지만, 같은 날 오후 들어 돌연 하락세로 전환했다. 브렌트유는 126달러대에서 114달러 수준으로 3.36% 급락했고, WTI도 2.21% 떨어졌다. 이 같은 급변동은 명확한 외부 촉매 없이 발생했으며, 시장 전문가들은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PVM의 타마스 바르가(Tamas Varga)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라며 “특정 뉴스보다는 시장의 과열된 반응이 조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장 초반 두 건의 대규모 6월물 브렌트 선물 매도 주문이 발생했고, 리프트셰드(LSEG)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했다. 또 전문가들은 계약 만기일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수익을 실현하는 ‘익절 매도’가 나왔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립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류 리포우(Andrew Lipow)는 “어제 브렌트유가 크게 오른 후 일부 투자자들이 이익을 확보하려 했을 것”이라며 “기본적인 시장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달러 약세가 꼽힌다. 4월 30일 일본 엔화는 하루 만에 3% 급등하며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도쿄 당국이 “환율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하며 강력한 경고를 발령한 영향이다. 엔화 강세는 달러 약세로 이어졌고,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 가격에는 하방 압력이 작용했다. 원유는 달러 약세 시 다른 통화를 가진 수입국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싸지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투자 심리 위축과 결합되며 가격 조정을 초래하기도 한다. SEB 리서치의 올레 홀바이(Ole Hvalbye)는 “보통 한 달 동안 벌어지는 변동이 하루 만에 일어나고 있다”며 “기본적 분석으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치적 리스크, 트럼프의 군사 작전 브리핑과 협상 교착

유가 변동 뒤에는 명확한 정치적 동력이 있다. 악시오스(Axios)는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일련의 군사 공격 계획을 검토하기 위한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브리핑에는 피트 헤게스 국방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제재를 넘어 직접적인 군사 행동 확대를 시사하는 것으로, 시장은 이를 또 다른 긴장 고조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휴전을 선언하면서도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는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이란의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조치로, 전면전보다는 ‘경제적 압박’ 전략을 유지 중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평화 협상은 교착 상태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논의하려 하지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일부 통제권과 전쟁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심해 단기 내 합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IG의 애널리스트 토니 사이캐머(Tony Sycamore)는 “이란 갈등의 단기적 해결이나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유가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장기 전망: 수요 감소와 OPEC+ 해체의 그림자

장기적으로는 ‘고유가 자체가 고유가를 해소하는’ 역설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가 급등이 오히려 석유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 운행 감소, 항공 운항 축소, 산업 생산 둔화 등이 고유가의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나면,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시장 균형이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류비 상승이 민생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원유는 자동차, 트럭, 비행기의 연료는 물론 가정과 산업의 에너지 공급, 플라스틱과 비료 생산에도 핵심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OPEC+의 해체 조짐이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 4월 29일 OPEC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60년 가까이 유지된 산유국 연합의 균열이 현실화됐다. 오안다(OANDA)의 켈빈 웡 선임 애널리스트는 “UAE의 탈퇴보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의 파장이 훨씬 크다”며 “지정학적 충돌이 산유국 협력 구조의 붕괴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에너지 시장이 이제 산유국의 생산 조절보다는 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유가 급등과 조정은 단순한 시장 변동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다. 석유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핵심 인프라이며, 그 흐름이 차단될 경우 공급망은 순식간에 마비된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단기적 수급 불균형을 넘어서 심각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더블 펀치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시장이 주시해야 할 건 단순한 배럴당 가격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한 척의 선박이 지닌 전략적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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