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전역의 휘발유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3월 중순 기준, 미국인들이 차를 한 대 꽉 채우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갤런당 약 4.25달러를 넘어섰다.
The war in Iran has sent crude oil — and therefore gasoline — prices surging. On Wednesday, the national average price for Americans to fill up their cars was
이러한 가격 인상이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전혀 균일하지 않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소속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 경제를 가르고 있는 K자형 양극화가 휘발유 소비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How those price hikes are affecting Americans is split along the K-shaped dynamic bisecting the overall US economy right now, according to economists at the New York Fed.
미국 경제에서 'K자 양극화'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는 팬데믹 이후 회복 과정에서 일부 계층은 빠르게 반등하고, 다른 계층은 여전히 침체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상단은 주식과 부동산을 가진 고소득층의 빠른 회복을, 하단은 저소득층의 장기적 고용 불안과 소비 위축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제 이 K자 구조가 단순한 자산 시장이나 고용 차원을 넘어, 일상적인 소비, 특히 '기름값'에까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2026년 3월, 이란과 중동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이 본격화되자 국제 원유 시장이 요동쳤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했고, 미국 내 WTI도 95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곧장 주유소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AAA에 따르면, 3월 중순 미국 내 평균 갤런당 가솔린 가격은 4.25달러를 기록,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격 인상이 모든 계층에게 동일하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뉴욕 연은 산하 Liberty Street Economics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소득 수준에 따라 기름값 부담과 소비 패턴이 극명하게 갈렸다. 고소득 가계는 거의 소비를 줄이지 않은 반면, 저소득 가계는 기름 구입 빈도와 주행 거리를 대폭 줄이며 생계형 조정에 나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저소득층은 에너지 지출이 전체 가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분석에 따르면, 연소득 4만 달러 이하의 가정은 에너지 관련 지출(전기, 난방, 휘발유 등)이 소득의 15~20%를 차지한다. 반면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정은 이 비중이 5% 미만이다. 즉,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달러 오르면, 저소득 가정은 매년 600~800달러 추가 부담을 떠안지만, 고소득 가정은 그 영향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Liberty Street Economics의 데이터는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명목상 휘발유 지출은 고소득층이 가장 크게 증가했고, 저소득층은 오히려 감소했거나 최소한의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이는 고소득층이 더 많이 썼기 때문이지, 저소득층이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저소득 가계는 주유 빈도를 줄이고, 출퇴근 거리가 멀면 아예 직장을 바꾸는 등 생계형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부는 자녀 통학 수단을 포기하거나, 의료 방문 횟수까지 줄이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이 같은 에너지 부담이 신용 시스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BofA는 최근 고객 보고서에서 “저소득 가계는 이미 기존 부채 상환으로 벼랑 끝에 있는데, 기름값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이 추가로 훼손되면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또 한 번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 당시, 저소득층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3개월 만에 15% 증가한 바 있다.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상위 소득층은 휘발유 가격 상승에도 소비 패턴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Liberty Street Economics의 실질 소비 성장 차트를 보면, 고소득 가계는 기름값이 오르자마자 소비를 줄이기보다는,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렸다. 이는 단순한 낭비가 아니라, 그들에게 기름값 인상이 체감 가능한 타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고소득층 가정이 월 200달러 더 쓴다고 해도, 전체 지출 대비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2022년 에너지 위기 때도 나타났다. 당시에도 저소득층은 차량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카풀을 선택했지만, 고소득층은 프리미엄 SUV를 그대로 몰며 생활 패턴을 유지했다. 이번에도 차이가 없다. 오히려 고소득층은 전기차 전환 속도도 느리다. 왜냐하면 기름값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비싼 전기차로 전환할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해셋은 최근 “미국 소비자들이 기름값 외에도 전반적으로 지출을 늘리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소비 심리도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고소득층을 기준으로 한 전반적 지표 해석일 뿐, 저소득층의 현실을 반영하진 못한다. 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5% 상승했고, 핵심지수는 3.2% 올랐지만,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지표만 보면 월 0.3% 상승에 그쳤다. 즉,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인플레는 공식 지표보다 훨씬 높다는 의미다.
이번 기름값 폭등은 단순한 외부 충격이 아니라, 미국 경제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K자 소비 양상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됐다. 같은 물가 상승률 속에서도, 어떤 이는 아무렇지 않게 주유소에 들르고, 어떤 이는 한 달 식비를 줄여가며 기름값을 모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소득 불평등을 넘어, 정책의 방향성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시적 유류세 감면, 저소득층 대상 교통비 보조금 확대, 대중교통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에너지 취약 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재생에너지 전환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현재의 소비 양극화를 막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K자 경제가 주유소에까지 도착했다. 이건 단순한 경제 지표 이상의 메시지다. 같은 나라, 같은 도시에 살지만, 같은 현실을 살고 있지 않다는 걸 냉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정책 입안자들이 이 현실을 무시할수록, 경제 전체의 균형은 더 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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