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는 극심한 변동성으로 시작했지만, 현대 연준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다중자산 상승장 중 하나로 막을 내리고 있다.
Jerome Powell’s tenure at the Federal Reserve began with a volatility shock. It’s ending with one of the strongest cross-asset rallies of the modern Fed era.
파월의 8년간 재임 기간은 팬데믹,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 수십 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 지역 은행 위기,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력까지 거쳤지만, 주요 자산 대부분은 여전히 수익을 냈다.
Powell’s eight years as Fed chair included COVID, the worst inflation shock in 40 years, the sharpest rate-hike cycle in decades, a regional banking scare, and repeated political pressure on the central bank. Markets still delivered gains across almost every major asset class.
제롬 파월이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건 2018년 2월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 시장은 ‘볼래티리티 쇼크(Volatility Shock)’라 불리는 급격한 변동성 확대 국면에 휩싸였다. 특히 ‘숏 베타(VIX 숏 베팅)’ 전략으로 유명한 XIV 같은 상장상품이 폭락하면서 시장 전반에 충격이 퍼졌지. 하지만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파월의 임기는 거의 모든 경제적, 시장적 충격을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시험대가 됐다. 팬데믹 발 경제 정지, 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 공급, 인플레이션 폭주, 급격한 금리 인상,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까지. 이런 와중에 시장은 오히려 사상 최장기 상승장을 연출했다. S&P 500 지수는 파월 취임일 기준으로 2023년 말까지 약 160% 상승했고, 연평균 수익률은 약 14.7%에 달했다. 이는 1970년 이후 모든 연준 의장 중에서도 세 번째로 높은 성과다.
흥미로운 건 주식만 잘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원자재, 금, 국채 등 거의 모든 주요 자산이 파월 시대에 수익을 냈다. 특히 국채는 2022~2023년 사상 최대 금리 인상 사이클 속에서 극심한 매도 압력을 받았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1%대에서 5%를 넘어가며 장기 국채 가격은 폭락했다. 하지만 2023년 말 들어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다시 반등했고, 결국 파월 임기 말 기준으로는 전체 기간 동안 소폭 상승한 것으로 마감됐다. 즉, ‘전체 기간 수익률’은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은 극심한 고통을 동반한 셈이다.
파월은 재임 내내 ‘볼커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폴 볼커는 1970~80년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며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갔지만, 장기적으로 신뢰를 회복한 중앙은행가의 상징이다. 파월은 초기에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다(transitory)’라는 평가를 반복하다가 2022년 들어서야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이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연준이 현실을 늦게 인식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주식시장은 2022년 들어 베어마켓에 진입했다. S&P 500은 최고점 대비 25% 이상 하락했고, 나스닥은 30% 넘게 빠졌다.
하지만 파월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사상 최단 기간 내 금리를 525bp 인상하며 ‘강경한 통화긴축’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 리스크도 터졌고,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이 붕괴하면서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월은 “물가 안정은 연준의 신뢰를 결정한다”며 고금리 기조를 고수했다. 결국 2023년 하반기 들어 인플레이션은 3%대까지 하락했고, 시장은 ‘연준의 승리’라고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파월은 볼커처럼 ‘인플레이션을 잡은 중앙은행가’라는 평가를 일부 얻게 됐지만, 동시에 유동성 과잉이 초래한 자산 버블의 책임자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파월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다. 한 가지 테마가 아닌, 시기에 따라 다른 자산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2020년 초 팬데믹 이후 시장 반등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과 연준의 제로 금리 정책 덕분이었다. 이때 성장주, 특히 테크주가 폭등했고, 나스닥은 단기간에 신고점을 갈아치웠다. 이어 2021~2022년 인플레이션 확대로 원자재와 금 가격이 급등했다. 구리, 석유, 금 등은 모두 강세를 보였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23년 들어서는 다시 테크주, 특히 AI(인공지능) 관련 기술주가 시장을 이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등은 엄청난 실적과 AI 투자 기대감 덕분에 주가가 급등했고, S&P 500 상승의 대부분을 이들 ‘매직 세븐(Magnificent Seven)’이 차지했다. 즉, 파월 시대의 상승장은 ‘연준의 정책’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팬데믹, 인플레이션, 기술 혁신이라는 외부 충격이 각각 다른 시장 엔진을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거의 모든 자산이 수익을 내는 ‘올링 랠리’가 된 것이다.
2024년 현재, 파월의 임기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시장은 이제 ‘패 dovish pivot’을 기대하고 있다. 즉, 금리 인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에 완전히 도달하지 않았고, 노동시장도 여전히 강한 편이다. 게다가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은 연준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는 재임 시절 파월을 여러 차례 비판했고, 재선 시에는 연준 독립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파월의 유산은 ‘유동성의 시대’를 상징한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통화긴축을 했지만, 그 이전의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앞으로의 시장은 ‘파월 이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유동성 광풍이 끝났다고 보는가, 아니면 단지 일시적 휴식기에 불과하다고 보는가. 이 해석의 차이가 다음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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