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장사 쿠팡의 한국 법인이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쇼핑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US-listed Coupang's South Korean arm operates the country's most popular shopping platform (Jung Yeon-je)
한국 정부가 쿠팡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벌이자 미국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하며 한미 관계에 균열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3천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이 조사는 미국 내에서 '차별적 규제'라는 비판을 낳았고, 양국 간 외교적 마찰로 비화되고 있다.
South Korea pushed back on Thursday against criticism of its business environment by US lawmakers, as a rare spat deepens over Seoul's investigation into online retail company Coupang.
쿠팡은 한국에서 아마존과도 견주어지는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만큼, 미국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기업이다. 그런데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단이 되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등 여러 기관이 쿠팡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시작했다. 유출된 정보가 '민감도가 낮은' 데이터였다는 점에서 미국 측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 당국은 고객 3천만 명 이상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이 포함된 만큼 심각한 사건이라 판단했다. 한국 기준으로는 법적 책임이 충분히 성립할 수 있는 사건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불공정 거래 행위, 플랫폼 독점적 운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과실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 규제에 대한 국가의 권한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수사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반응이다. 특히 공화당 소속 연방의원들이 한국 대사에게 보낸 서한은 상당히 공격적인 어조로 쿠팡 수사를 '정부 차원의 전면적 공격(whole-of-government assault)'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무분별한 압수수색, 과도한 벌금, 전례 없는 세무 조사, 그리고 공적 연기금의 지분 매각 압박까지 거론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우려 표명을 넘어, 상대국 정부의 법 집행을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는 수준이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외교부 성명을 통해 "국내 법과 절차에 따라 엄격히 진행 중이며,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반박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는 명확하다.
쿠팡의 창업주 김범석(김봄석, Kim Bom-suk)이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이 이 사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외교 정책의 핵심 기조 중 하나로 삼는다. 특히 기업인에 대한 외국의 수사나 기소는 자칫 인신구금이나 장기 구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현재 김범석은 해외 체류 중이며, 한국 당국은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이는 수사에 협조하라는 의미이지만, 미국 측은 이를 '인질 외교'로 인식할 수 있다. 실제로 복수의 한국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측이 한국에 고위급 안보 대화의 재개를 조건부로 제시했다. 그 조건이 바로 김범석의 출국금지 해제와 한국 방문 시 체포되지 않도록 보장하라는 요구였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 사안을 안보 협상의 카드로 사용한, 이례적인 외교적 압박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요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안보 대화와 기업 수사는 별개의 문제"라며 분리 수용을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가 일제히 같은 내용을 전한 점을 보면, 미국 측에서 어느 정도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을 가능성은 높다. 특히 이 안보 대화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과 직결되어 있다. 미국은 원자력 추진 기술을 쉽게 수출하지 않는 나라다. 이 기술을 한국에 제공하려면 미 의회의 승인과 기술 이전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핵잠수함은 전략적 억제력 확보의 핵심 수단이다. 따라서 미국이 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 됐을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경제·기술·정보 등 다층적인 협력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2만 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최전방에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은 그 동맹의 '치외법권적' 기대가 현실과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자국 기업과 국민이 외국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강력히 보호하려 하지만, 한국은 자국 법체계와 국민의 권리, 특히 개인정보 보호라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이번 갈등은 결국 "법의 지배(rule of law)"와 "국익 우선" 사이의 긴장 관계를 드러낸다.
더욱이 쿠팡은 단순한 외국 기업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다. 하루 수천만 건의 거래가 이뤄지고, 중소 판매자 수십만 곳이 의존하는 플랫폼이다. 이런 플랫폼이 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미국에서도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EU는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한국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정치권이 자국 기업에 대한 수사에 대해 이처럼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글로벌 규제 협력의 틀 속에서 '미국 기업 특혜'를 기대하는 심리가 아직 존재함을 보여준다.
당장의 전망은 양측의 신중한 외교적 조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법적 절차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김범석에 대한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한편, 조사 기간의 합리성, 출국금지 조치의 적정성 등을 법원과 검찰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미국 측도 외교 채널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되, 한국 사법부에 대한 직접적 압박은 자제하는 것이 장기적 동맹 관계 유지에 긍정적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데이터, 공급망, 첨단기술, 핵심 인프라 — 이 모든 것이 이제 안보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쿠팡 수사 사안은 단순한 기업의 법 위반 여부를 넘어, 이러한 새로운 시대의 규칙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다. 한미 양국이 이 위기를 '협상의 기회'로 전환해, 디지털 규제, 데이터 이동, 기업 수사 시 외교적 커뮤니케이션 절차 등에 대한 선제적 합의를 도출한다면, 오히려 더 견고한 동맹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국이 글로벌 경제 질서에서 성숙한 규제 국가로서의 입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미국이 자국 기업의 글로벌 리더십을 방어하려는 전략이 충돌한 사례다. 한미동맹이 단순한 '종속적 동맹'이 아니라, 평등하고 책임 있는 파트너십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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