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는 경제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무디스 산하 경제분석 기관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재디 최고경제학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른바 '해방일(Liberation Day)' 이후 1년간의 경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세 정책이 고용 정체와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Trump’s tariffs have done ‘significant damage’ to US economy, top financial group warnsNow, the numbers speak for themselves, and they're deeply troubling, according to Mark Zandi, chief economist at Moody’s Analytics, an arm of the long‑established global risk‑assessment group. “We have a year’s worth of economic data since Liberation Day,” Zandi wrote Monday. “The data are definitive; the tariffs have done significant damage to the economy.”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 대해 10%의 포괄적 관세를 부과하며 이른바 '해방일(Liberation Day)'을 선포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미국은 무역 정책의 급격한 전환점을 맞았고, 이후 전 세계 무역 흐름은 요동쳤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치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핵심 경제 정책으로 내세우며, 해외로부터의 불공정 무역을 막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실제 경제 지표는 정반대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재디 최고경제학자는 “자료는 명확하다. 관세는 미국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고 단언한다. 그가 말하는 '자료'란 무엇인가? 우선 고용 시장부터 살펴보면, 지난 1년간 월 평균 고용 증가폭은 겨우 9,700명에 그쳤다. 이는 사실상 고용 정체를 의미하는 수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미미한 증가분조차 의료 분야에서 발생한 69만 3천 개 일자리 덕분이라는 사실이다. 비무역 부문인 헬스케어를 제외하면, 미국은 지난 1년간 사실상 일자리를 잃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관세로 해외 수입을 차단하면서 국내 산업 보호를 꾀했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전체 고용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진 셈이다.
관세 정책의 또 다른 부작용은 인플레이션 가속화다. 재디는 “관세 도입 이전 2.5%였던 소비자지출물가상승률(CPI deflator)이 현재 3% 수준으로 뛰어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는 연방준비은행(Fed)의 공식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인상시키고, 이는 곧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며, 경제 전반의 비용 구조가 왜곡되고 있다. 무디스는 “전쟁이 초래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관세보다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관세는 이미 경제에 충격을 줬지만, 그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이 외부에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전통적으로 회복 탄력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금과 같은 다중 위기 상황에서 그 탄력성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관세 정책의 성과로 '수입 증가'를 강조한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에만 관세 수입이 1950억 달러에 달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를 “연방 재정적자 축소의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수입의 원천이 어디서 나오는가에 있다. 독일 킬世界经济연구소(Kiel Institute)의 1월 보고서는 “미국 소비자가 관세 비용의 92%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정부는 관세로 돈을 벌지만, 그 비용은 결국 일반 시민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세제 분석 단체인 Tax Foundation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저소득 가계에 더 큰 부담을 주며,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적 형평성 문제로도 이어진다. 게다가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관세로 인해 내가 더 많은 돈을 쓰게 됐다”고 느끼고 있다. 정책의 정당성이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다가온 셈이다.
이러한 경제적·사회적 비용 외에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법적 정당성 문제까지 직면했다. 지난 2월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가 1977년 '국가비상사태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권한을 초과한 것이라며 무효화했다. 이에 트럼프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판결을 비판했지만, 법적 제약을 피하기 위해 150일 이내로 제한된 법률을 활용한 전 세계 10% 관세 도입을 시사했다. 이처럼 반복된 정책 수정과 철회는 언론과 월스트리트에서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비아냥을 낳았다. 결국 관세는 단기적 정치적 메시지로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경제 정책으로서는 지속 가능성과 법적·경제적 정당성에서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무역 정책이 단순한 보호무역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국내 물가, 고용, 재정, 법적 테두리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이슈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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